안녕하세요.
‘녹명’은 시경의 한 구절에서 온 말이라고 해요.
들판의 사슴이 유유히 우는 장면보다, 벗과 평화롭게 어울리는 마음을 더 가깝게 떠올리게 하는 단어. 인사아트센터 4층 부산갤러리에서 만난 이번 단체전은 그 마음을 수묵과 여백으로 들려줍니다.

한쪽 벽의 폭포 연작은 소리를 내지 않고도 벽면 전체를 흔듭니다. 가까이 다가서면 물비늘이 번쩍이는 듯하고, 조금 물러서면 하얀 기류가 화면을 타고 내려옵니다.

전시장 중간은 족자들이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먹의 번짐과 마른 자국, 잔잔한 색의 숨—화면마다 시간의 호흡이 다르게 흐르더군요.

매·난·국·죽은 각자 다른 계절을 데리고 오는데, 그 사이사이의 서예와 화제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했어요. 짧은 문장이 종종 긴 해설보다 더 멀리 데려가니까요.
전시장을 나오며 ‘녹명’이 결국 함께 있을 때 더 맑아지는 마음이라는 걸 생각했습니다.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오늘의 하루가 조금 더 단단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번 전시는 전통 수묵의 형식적 안정감과 동시대 감각의 미묘한 온도가 잘 만납니다.
먹의 농담과 여백을 믿는 화면은 과장되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바라보게 하죠. 족자 형식은 작품과 벽 사이에 숨길을 만들어 주고, 그 사이로 조명이 부드럽게 흘러 잔상을 남깁니다.
폭포 대작은 수직성의 힘으로 공간을 정리하고, 꽃과 새의 작품들은 휴식 같은 박자를 만들어 동선을 붙잡습니다.
무엇보다 ‘녹명’이라는 테마가 단체전의 서로 다른 손끝을 하나의 정조로 묶어 준 점이 좋았습니다.
- 전시명: 사군자밴드 단체전
- 부주제: 군자들의 녹명전(鹿鳴展)
- 기간: 2025.08.13 ~ 08.18
- 장소: 인사아트센터 4층 부산갤러리(제4전시장)
- 입장료: 무료
인사동에 들를 계획이 있다면,
이 조용한 먹빛의 공간을 직접 관람해보시는 건 어떠실까합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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