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인사동 전시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보경입니다.
이번에는 인사아트프라자 1층 전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문정 작가의 개인전 〈겹겹 잇고, 풀고〉를 보고 왔어요.
전시 한 줄 요약
“재료를 보는 전시라기보다, 관계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오래 바라보게 되는 전시”

전시 정보
전시명 : 김문정 8회 초대개인전 〈겹겹 잇고, 풀고〉
기간 : 2026. 2.11(수) ~ 2.16(월)
장소 :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1층 전관 (인사동길 34-1)
관람시간 : 10:00–18:30 (연중무휴, 전용 주차장 없음)
공간정보 : 1–4F 전시, 5–6F 르프랑 루프탑 카페·레스토랑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붉은색과 베이지 톤이 섞인 사각 캔버스들이 시선을 잡아요.
가까이 다가가 보면 붓질이 아니라, 한지죽이 격자 사이를 메우고 튀어나오고 갈라진 흔적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그 위로는 실이 촘촘하게 엮여 있어서, 평면이라기보다는 ‘직조된 벽’ 같은 느낌에 가깝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원형 작업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실이 부챗살처럼 뻗어나가고, 그 사이를 한지죽이 메우면서 자연스럽게 시선을 한 점으로 모읍니다. 조명이 들어간 작품은 은은하게 빛이 올라와서, 마치 둥근 등불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2. ‘겹겹 잇고, 풀고’라는 제목이 자연스럽게 읽히는 장면들
이 전시를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 ‘매듭’이었어요.
- 실은 서로 다른 지점을 이어 주는 연결선이고
- 한지죽은 그 사이를 흘러다니며 매듭을 만들기도, 풀어버리기도 합니다.
작가노트에 나오는 것처럼, 관계라는 건 한 번 묶이면 영원히 유지되는 줄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시 맺어지고 풀리면서 모양을 바꾸는 흐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여러 개의 작은 정사각형 캔버스가 한 세트처럼 구성된 작품 앞에 서 있으면,
‘어떤 인연은 조금 연한 색으로 남고, 어떤 인연은 진하게 겹쳐져 있구나’ 하는 생각도 같이 따라와요. 보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읽히는 감정이 꽤 달라질 것 같은 화면입니다.

3. 유리문에 적힌 글처럼, 이 전시는 ‘공(空)’을 보여주는 방식이 흥미롭다
전시장 입구 유리에는 ‘공空’과 ‘선禪’에 대한 짧은 글이 적혀 있습니다.
비워진 공간이 단순한 빈칸이 아니라, 흐름이 다시 이어지기 위한 자리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이 문장을 읽고 다시 작품을 보니 화면의 ‘비어 있는 부분’이 훨씬 풍성하게 느껴졌습니다.
한지와 실이 촘촘하게 겹친 부분보다,
살짝 비어 있는 구역에 오히려 시선이 머물고,
그 사이사이 공기가 작품의 중요한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재료 실험이 있는 회화, 특히 한지 작업을 좋아하시는 분
- 관계, 비움, 여백 같은 키워드에 마음이 가는 요즘이라면
- 인사동에서 ‘풍경’ 대신 ‘질감’을 보는 전시를 찾고 계신 분
겹겹이 쌓인 화면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관계와 내 마음의 겹까지 같이 들여다보게 되는 전시였습니다.
인사동 근처에 들르실 일이 있다면 1층 전관에 살짝 들러, 천천히 걸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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