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초록과 주황 사이를 걷다 – 이동희 첫 개인전 〈Between Green & Orange〉 후기 (경인미술관)

감성 충전합시다~ 2025. 11. 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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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사동을 지나가다가 경인미술관 앞 전단지에서
**〈Between Green & Orange〉**라는 전시 제목을 먼저 봤어요.
초록과 주황이라는 조합이 너무 딱 꽂히는 거예요.

‘대체 어떤 그림이길래 색 이름을 전시 제목으로 썼을까?’
하는 궁금증에,
경인미술관 안쪽 전시실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게다가 첫 개인전이라는 말에
“어떤 출발선일까?” 하는 마음도 조금 보태졌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벽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두 점의 커다란 캔버스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왼쪽은 숲, 오른쪽은 밭과 정원 같은 풍경인데
둘 다 초록과 주황이 강하게 부딪혀서
순간적으로 “우와, 색 진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경인미술관 특유의 조용한 하얀 벽과
약간 낮게 깔린 조명이랑 잘 어울려서,
공간이 좁다는 느낌보다는
** “작지만 색이 꽉 찬 방”**에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끄는 건 역시 이 두 점입니다.

왼쪽 그림은
짙은 초록 나무와 잎사귀가 촘촘히 서 있어서
약간 원시림 같은 느낌도 들고,
어두운 초록 사이로 노란색이 살짝 보여서
숲 안쪽에 작은 빛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른쪽 그림은
밭고랑, 나무, 잎사귀들이
블록처럼 나뉘어 반복되고 있어서
조금 더 ‘인공적인 풍경’ 느낌이에요.
초록과 주황이 섞여서
어디선가 본 듯한 농촌 풍경 같기도 하고,
지도 위에 그려진 기호 같기도 했습니다.

 

 

옆 벽으로 돌아가면
천에 그린 작업들이 여러 장 걸려 있는데,
이 부분이 이 전시의 매력을 한 번 더 보여주는 구간이었어요.

캔버스보다 훨씬 가벼운 천이어서 그런지
선도 더 자유롭고, 색도 살짝 옅어져서
스케치와 완성작 사이쯤 되는 느낌?

나무와 풀을 그렸는데
한 편으로는 텍스타일 패턴 같기도 해서,
“이걸로 커튼 만들면 예쁘겠다”라는 생각도 슬쩍 들었습니다.

 

청록색 배경에 노란 열매, 화분들이 잔뜩 있는 그림은
전시 전체 중에서 가장 ‘정감 있는’ 작품이었어요.

어릴 때 살던 집 마당이나,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작은 화분들을 떠올리게 해서
“아 이건 풍경이라기보다 일상 장면에 가깝구나” 싶었습니다.

 

 

주황색 바탕 위로
초록 잎들이 반복되는 그림은
멀리서 보면 정말 직물 무늬처럼 보여요.

가까이 가서 보면
잎 하나하나에 선이 두 번, 세 번 겹친 흔적이 남아 있고
색이 살짝 삐져나간 부분들도 보여서
기계적인 패턴과는 완전히 다른 손맛이 느껴집니다.

이 작품은 집 거실에 걸어 두고
카펫이나 쿠션을 맞춰도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이동희 작가의 그림은
딱 어느 한쪽으로 떨어지지 않고
그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는 것 같아요.

풍경을 그리는데도
어떤 특정 장소나 시간보다
“이런 느낌의 숲, 이런 무늬의 밭이 있었지” 하는
기억과 감각이 더 강하게 남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림들을 보다 보면
내가 어릴 적에 봤던 동네 뒷산,
시골 집 앞마당, 여행지의 언덕 같은 것들이
조금씩 섞여 떠오르기도 합니다.

 

전시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아서
천천히 보면 20~3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다 돌게 됩니다.
그래서 “작품을 잔뜩 보고 싶다”는 분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대신
각 작품 앞에서 오래 서 있기에는 딱 좋은 규모이고,
조용한 시간대(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가면
거의 혼자 전시장을 쓰는 느낌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인미술관 특성상
전통다원, 다른 전시실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는 점도 참고하시면 좋아요.

 

 

이동희 작가의 〈Between Green & Orange〉는
색과 패턴 좋아하시는 분들께 특히 추천하고 싶은 전시입니다.

  • 숲, 나무, 식물을 좋아하시는 분
  • 인테리어 패턴, 텍스타일 디자인에 관심 있는 분
  • 인사동에 가볍게 들를 만한 작은 전시를 찾는 분
  • “어렵지 않은 현대 회화”를 보고 싶은 분

이라면,
경인미술관에 들러 초록과 주황이 만들어 내는 숲을
한 번 직접 관람해 보시는 건 어떠실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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