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사동 산책길에서 만난 전시 하나를 조용히 건네봅니다.
김정란 작가의 개인전 ‘藝術家(Artist)’는 얼굴을 통해 예술을, 그리고 우리 시대를 다시 읽어보게 하는 자리였어요.
작가는 20여 년 동안 ‘얼굴’을 그려 왔고, 이번 전시에선 천경자·박래현·나혜석·이성자 등 여성 예술가들을 소환합니다.
한지에 채색하고 박리·훼손 효과를 더해 오래된 그림처럼 연출함으로써 인물의 시간과 기억을 환기하죠.
결과적으로 화면은 미적 재현을 넘어 예술가라는 존재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미적 회복의 필요를 제안합니다.


벽에 걸린 첫 얼굴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어요. 매끈한 아름다움 대신, 종이의 숨결과 긁힌 자국이 먼저 다가옵니다.


아름다움이 꼭 반짝여야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균열과 벗겨짐이 남긴 자리마다 누군가의 시간이 눌어붙어 있었고, 그 시간들이 모여 하나의 존재감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다른 방에 걸린 대형 한지 작업은 바람을 살짝 머금고 서 있었습니다. 종이가 흔들릴 때마다 눈동자의 결도 함께 흔들렸고, 그 미세한 떨림이 오히려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듯했는데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전시가 거창한 선언 대신 조용한 회복을 이야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잊힌 이름들을 불러오되 애도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감정으로 연결해 줍니다. 그래서 전시장을 나오며 마음이 묵직하기보단 단정해졌어요.
- 전시명: 김정란 개인전 ‘藝術家(Artist)’
- 기간: 2025. 8. 20 – 8. 25
- 장소: 인사아트센터 경남갤러리(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일대)
- 입장료: 무료
- 주차: 인사아트센터 유료주차장 및 인근 공영주차장
- 대중교통: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도보 7분 / 종각·종로3가역에서도 도보 가능
이 전시는 화려한 기법을 과시하기보다, 얼굴이 품은 시간의 두께를 차분히 보여줍니다.
여성 예술가들의 초상은 한국화 안에서 역사와 감정의 균형을 섬세하게 복원하는데요
한지의 질감과 박리의 흔적은 망각의 바깥에 서려 있는 이야기들을 불러오고, . 관객에게 요구하는 건 거창한 해석이 아니라 잠시의 침묵과 천천한 응시뿐. 그 시간이 지난 뒤 남는 잔향이 오래갑니다. 인사동 산책의 리듬을 살짝 늦추고, 그림 앞에서 자기 얼굴의 표정을 한 번 생각해보는것도 전시를 관람하는 재미가 아닐가 싶습니다
인사동이다 주말에 힐링을 하시려는 분들은 한번 관람해보시는건 어떠실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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