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인사아트센터에서 만난 우정 정응균 개인전을 소개하려합니다
45년 동안 문인화를 파고든 작가의 시간이, 먹의 층위와 여백의 간격으로 천천히, 그러나 깊게 다가오는 전시였습니다


첫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검은 선이 화면을 스쳐 지나가고, 그 뒤에 남는 건 바람의 뼈대 같은 흔적. 작가는 정형을 거슬러 올라가지만 무리하지 안는 절제되고 있는 데요

먹은 번지고, 멈추고, 다시 흐릅니다. 그 움직임 사이로 침묵이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대나무 화면에선 곧게 선 줄기들이 서로를 받쳐 세웁니다. 비어 있음이 곧 힘이라는 말을, 이렇게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드문데요

문자와 시가 어우러진 인물상 앞에선, 글이 그림을 흔들어 보이지 않는 바람을 만듭니다. 벽면의 방사형 먹선은 심장처럼 뛰고, 한쪽 구석의 작은 꽃은 여백의 넓이를 증명하죠.
소개글에서 말하듯 이 전시는 필력의 속도와 여백의 품위가 만나는 자리입니다. 오래 묵힌 먹향처럼, 보고 나오고 나서야 진한 향이 따라오는 종류의 경험을 하게 합니다
이 전시는 ‘문인화는 고요하다’는 통념을 조용히 수정합니다.
먹이 빠르게 달릴 때도 화면은 품위를 잃지 않고, 느리게 머무를 때도 긴장이 느슨해지지 않는데요
수련의 시간이 만든 손의 확신, 그리고 동시대적 호흡이 만들어낸 균형이 느껴지는데요
여백이 많아서가 아니라, 여백을 듣게 만드는 그림들이라 더 오래 느껴지며. 이런 감각이 필요한 하루, 전시 관람을 권합니다.
전시를 통하여 묵향 속에서 나만의 속도를 찾아보시는 건 어떠실까합니다.
- 기간: 2025. 08. 20 – 08. 25
- 장소: 인사아트센터 3F G&J갤러리
- 관람: 무료(현장 확인) / 안국역·종각역 도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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